도윤은 페달을 힘껏 밟았다. 초봄의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치고, 셔츠 자락이 바람에 펄럭였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그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앞서가는 제이의 뒷모습이 또렷했다. 그 간결하고 흔들림 없는 페달링, 무게감 있는 스텝. 모두가 칭송하는 라이더의 폼을 도윤은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보고 있었다.
"조금만 더."
자신에게 되뇌며 도윤은 핸들을 꽉 쥐었다. 온몸이 쥐어짜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 고통이야말로 그가 이곳까지 온 이유였다. 윈드브레이커 팀에 들어오고부터 그는 매일이 도전이었다. 자신보다 훨씬 앞서가는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끝없이 연습하고, 또 넘어지고, 다시 일어섰다.
언덕을 오르는 구간, 도윤은 숨을 고르며 페이스를 조절했다.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얼굴을 때리는 바람을 뚫고 나아가는 순간, 그는 깨달았다. '바람을 거스르는 게 아니라, 바람과 함께 달리는 거야.'
도윤은 자세를 낮췄다. 바람과 하나가 된 듯 몸이 가벼워졌다. 그는 웃으며 소리쳤다. "나는 바람이다!"
제이는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짧은 순간,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제이는 미소를 지었다. 도윤도 따라 웃었다. 이건 단순한 승부가 아니었다. 서로를 밀어주는 바람이었고, 서로를 이끌어주는 힘이었다.
마지막 스퍼트 구간에 들어섰다. 도윤은 남아있는 힘을 다 쏟아 부었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고, 근육은 비명을 질렀지만, 그는 전혀 멈출 생각이 없었다. 두 바퀴가 아스팔트를 긁으며 속도를 올렸다. 공기 저항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는 제이 바로 옆까지 따라붙었다.
"좋아, 이게 진짜야." 제이가 작게 중얼거렸다.
도윤과 제이는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함께 나아갔다는 사실이었다. 페달 위에서 그들은 진짜 자유를 느꼈다. 바람처럼,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숨을 몰아쉬며 도윤은 헬멧을 벗었다. 하늘은 눈부시게 파랗고, 바람은 여전히 달콤했다. 제이가 다가와 도윤의 어깨를 툭 쳤다.
"많이 성장했네, 도윤아."
도윤은 작게 웃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언젠가, 이 바람을 넘어설 거야. 내 힘으로.'
바람은 오늘도 그들을 부르고 있었다. 더 먼 곳으로, 더 빠르게, 더 자유롭게.